얼마전 밤, 취기가 오른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자연스레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이내 덜컹거리는 좌석 한켠에 몸을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늦은 시간의 버스안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며
그들의 눈빛을 길게 바라볼 순 없지만 과거의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 짧은 순간이기도 하다.
오토바이와 함께 참 많이 달렸다.
자주가는곳 보다는 낯선곳을 선호하기에 주행거리 대비 많이 돌아봤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가보지 않은곳에 대한 미련이 사라질 즈음 부터 싹터오르는 하나는
'왜? 타야하는가?' 였다.
그것은 단순히 재미를 위해 타는 보편적인 이유와는 다른 것이었다.
분명히 철학적인 무언가였다.
부릉거리는 오토바이와 함께, 사람들과 함께 도로위에서 보낸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나를 찾기 위함이었다.
좋아하는 굽은 오르막 길을 힘차게 스로틀을 열며 지나갔던 것도, 때론 홀로 유유자적 여정을 떠난것도,
모두 나를 찾기 위함이었다.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라는 전인권의 노랫가사처럼
바이크를 타면서도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했다.
오토바이가 나에게는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열정, 빠른 두뇌회전, 그리고 제어
그것들은 오롯이 힘든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피곤한 것이다.
삶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그토록 고뇌하며 치열한 삶의 끈을 쉽게 놓지 않는것도 잘 죽기 위함인가 보다.
영원 불멸을 꿈꾸기 전에 숨쉬고 있는 지금을 느껴야한다.
다행히 어느정도의 해답은 찾았다.
다행이다.
수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보람이 있었다.
언제까지 바이크라이프를 이어갈지는 나 스스로도 단정짓지 못한다.
그렇다고 체력이 허락할때까지 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모터싸이클은 참 매력적인 탈 것이다.
속도감과 배기사운드 등.. 두바퀴만이 주는 즐거움은 중독성이 강하다.
갖가지 안전장비를 하나씩 하나씩 착용하는 것을 귀찮아 하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도
진정 라이더가 맞나보다.
작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일까?
좋은 가을시즌을 즐기고픈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내면의 소리에 귀 귀울여본다.
혜안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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